힘센여자 도봉순 (괴력 히어로, 로맨스 코미디, 능력의 윤리)

 

JTBC의 《힘센 여자 도봉순》은 2017년 방영되어 금토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박보영이 연기한 도봉순은 선천적 괴력을 지녔지만 이를 숨기고 살아가던 평범한 여성으로, 게임회사 CEO 안민혁을 만나며 자신의 힘을 당당히 사용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 속에 연쇄 납치 사건이라는 스릴러 요소가 결합된 이 드라마는, 능력의 사용에 따른 윤리적 책임과 사랑의 본질을 질문하는 독특한 서사 구조를 보여줍니다.



## 괴력 히어로 도봉순, 능력과 저주의 이중성

도봉순의 괴력은 단순한 판타지 설정이 아니라 작품의 핵심 주제를 관통하는 장치입니다. 도봉구 도봉동에 사는 도봉순은 모계 혈통으로 대대로 내려온 엄청난 힘을 타고났지만, 이 힘에는 치명적인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바로 괴력을 악용하면 순식간에 힘을 잃고 두드러기가 생기는 저주입니다. 봉순의 어머니 황진이 역시 과거 이 힘으로 삥을 뜯다가 저주에 걸렸고, 그 결과 전도유망하던 역도 선수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힘의 사용에는 윤리적 책임이 따른다"는 규범을 서사에 내장합니다. 봉순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힘을 숨기며 살아왔고, 게임 개발자라는 꿈을 위해 구직 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깡패들이 무고한 사람을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참다못한 봉순이 개입하여 깡패 일곱 명을 단번에 제압하는 장면은 통쾌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평생 숨겨온 비밀이 드러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경찰서에서 형사 국도봉이 "아가씨 하나가 남자 일곱을 무기도 없이 때려눕혔다는게 말이 되냐"며 의심하는 장면은, 사회가 여성의 물리적 힘을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범인 김장현이 봉순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고, 봉순은 그를 구하려다 실수로 다치게 합니다. 이 순간 봉순은 힘을 잃게 되는데, 이는 악용이 아닌 '오판'조차 대가를 치른다는 점에서 가혹합니다. 능력자 서사가 흔히 빠지는 전능함의 함정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며, 힘을 가진 자의 무게와 책임을 진지하게 다룹니다. 봉순이 힘을 잃은 뒤 평범한 일상에 적응하려 애쓰는 과정은, 특별함이 제거된 자아의 정체성을 묻는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 로맨스 코미디, 안민혁과 도봉순의 관계 역학

안민혁은 게임회사 아인소프트의 CEO로,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고 유쾌해 보이지만 깊은 내면의 상처를 지닌 인물입니다. 그는 사생아라는 출생의 비밀로 인해 가족에게서 온전히 사랑받지 못했고, "나 아버지 아들 아니었지"라며 아버지에게 저항하는 장면에서 그의 결핍이 드러납니다. 민혁은 어린 시절 버스 사고 현장에서 어머니를 구해준 소녀를 찾고 있었는데, 그 소녀가 바로 봉순이었습니다. 이 우연한 인연은 두 사람의 관계에 운명적 색채를 더합니다.

민혁이 봉순을 경호원으로 고용한 이유는 단순히 괴력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는 최근 이상한 협박을 받고 있었고, 경찰을 신뢰하지 않았기에 직접 범인을 잡고자 했습니다. 연봉 6천만 원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며 봉순을 스카우트하는 장면은 코믹하지만, 그 이면에는 민혁의 절박함이 숨어 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고용주와 직원에서 시작하지만, 민혁이 범인의 칼을 대신 맞으며 "내가 대신 그에 찔려서 네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감정의 균형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민혁이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면서도 동시에 봉순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나 좀 사랑해줘"라는 그의 고백은 전형적인 재벌 남주의 오만함이 아니라, 깊은 외로움에서 비롯된 간절함입니다. 이는 남성 히어로가 여성을 구원하는 구도를 역전시키며, 여성 히어로가 남성의 정서적 결핍을 치유하는 구조로 전환됩니다. 옥상에서 폭탄이 터지기 직전, 민혁이 봉순 곁을 떠나지 않고 "절대 혼자 두고 안 가"라며 함께 죽음을 선택하려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가장 강렬한 순간입니다. 이때 봉순의 절박한 기도가 하늘에 닿아 기적처럼 힘이 돌아오는데, 이는 가문의 저주를 이기는 힘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상징합니다.

또한 국도봉과의 삼각관계는 봉순의 감정선에 현실적 깊이를 더합니다. 국도는 봉순의 소꿉친구이자 형사로,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인물입니다. 민혁과 국도가 봉순을 두고 경쟁하는 장면들은 코믹하지만, 결국 봉순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민혁을 선택합니다.

## 능력의 윤리와 빌런 김장현의 공포 전략

김장현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통제 욕망의 극단을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그는 물리적 힘이 아닌 심리전과 계략으로 봉순을 무력화시키려 합니다. 폐차장에 여성들을 감금하고, 봉순의 친구 경심을 납치하며, 폭탄과 저격총으로 협박하는 그의 범죄 방식은 철저히 계산적입니다. 특히 그가 봉순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연락을 엿듣고, 무고한 사람을 이용해 함정을 만드는 과정은 그가 단순한 괴력범이 아니라 지능형 사이코패스임을 보여줍니다.

김장현과의 최종 대결은 힘의 대결이 아니라 의지의 대결로 귀결됩니다. 봉순은 힘을 잃은 상태에서도 친구를 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향하고, 수제 방탄복으로 총알을 막아내며 김장현을 함정에 빠뜨립니다. "넌 내 상대가 안 된다 그랬잖아"라는 봉순의 대사는, 진정한 힘은 괴력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용기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결국 김장현은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지만, 작품은 그의 동기와 과거에 대한 충분한 서사를 제공하지 않아 빌런의 입체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한계를 보입니다.

이 드라마는 연쇄 납치와 살인이라는 잔혹한 범죄를 다루면서도 코믹한 톤을 유지하려 하는데, 이 장르적 진폭이 때로는 급격하게 느껴집니다. 밝고 경쾌한 로맨스 장면 직후 어두운 범죄 현장이 등장하는 구성은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찰 수사가 주인공 중심으로 수렴되며 전문성이 희석되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힘센 여자 도봉순》은 단순한 괴력 로맨스 코미디를 넘어, 능력의 윤리와 사랑의 본질을 질문하는 작품입니다. 힘을 가진 자의 책임, 특별함을 내려놓은 뒤의 자아, 그리고 함께 죽겠다고 선택하는 사랑의 의지를 통해, 이 드라마는 슈퍼히어로 서사를 감정 중심의 멜로드라마로 변환시킨 독특한 사례입니다. 봉순이 마침내 게임 기획팀에 입사하며 꿈을 이루는 결말은, 특별한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의지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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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C6-5sFh2X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