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백승수 단장 (조직개혁, 원칙경영, 스포츠드라마)



프로야구 비시즌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단순한 스포츠 이야기를 넘어 조직의 본질과 리더십에 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4년 연속 꼴찌 팀 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백승수 단장은 야구 경력 없이도 데이터와 원칙, 냉철한 판단력으로 팀을 변화시킵니다. 이 작품은 승부의 현장이 아닌 의사결정의 무대를 통해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 조직개혁: 냉정한 데이터가 감성을 이기는 순간

백승수 단장이 부임 직후 단행한 임동규 트레이드는 드라마의 핵심 전환점입니다. 지역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4번 타자인 임동규는 겉으로는 팀의 상징이었지만, 백단장의 분석은 달랐습니다. 결승타 비율 3%, 승부처에서의 낮은 성적, 더위에 약한 체질이 아닌 순위 경쟁 시 무너지는 멘탈, 그리고 무엇보다 팀을 망치는 최악의 인성이 문제였습니다.

특히 2년 전 강두기 선수를 팀에서 쫓아낸 것이 임동규였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현재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가 된 강두기를 잃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팀 내 갑질과 횡포를 일삼던 임동규였던 것입니다. 백단장은 이를 정확한 데이터와 팩트로 증명하며 직원들을 설득합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필요합니다. 현재 임동규의 존재감을 채울 만한 선수는 없습니다. 우리 팀 내에는." 이 말에 이어지는 반전, "우리한테 없는 걸 어디서든 데려오는 게 제 일입니다"라는 선언은 조직개혁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결국 백단장은 불가능해 보이던 강두기 트레이드를 성사시킵니다. 국가대표 에이스를 데려오는 대신 임동규와 손승민을 내주는 이 거래는 표면적으로는 손해처럼 보였지만, 팀의 본질을 바꾸는 결정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선수 교체가 아니라 "실력보다 인기를, 팀워크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던 문화"를 완전히 뒤집는 조직 혁명이었습니다.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이 결정은 결국 팀의 전력을 강화하고, 더 중요하게는 "문제가 있으면 지적할 수 있는 팀"으로의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 원칙경영: 부정과 타협하지 않는 리더십

백승수 단장의 두 번째 프로젝트는 조직 내 고질적 비리 척결이었습니다. 30년간 스카우트 팀장으로 군림하던 고세혁은 표면적으로는 경험 많은 베테랑이었지만, 실상은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부패의 상징이었습니다. 고세혁이 뽑은 55명의 신인 선수 중 15명이 단 세 개 학교 출신이었고, 그것도 모두 그의 인맥과 연결된 학교들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1년 전 드래프트에서 5천만원의 뒷돈을 받고 1순위 지명을 약속했던 사실이었습니다. 백단장은 이를 철저한 조사로 밝혀내고 고세혁을 즉시 해고합니다. "팀장님은 해고입니다"라는 짧지만 단호한 선언은 조직 내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수술과도 같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백단장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정의감이 아니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부정을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이었습니다.

연봉 협상 과정은 원칙경영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권상무가 30% 삭감이라는 불가능한 미션을 던졌을 때, 백단장은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합니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서 지난 시즌 성적만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를 도입한 것입니다. 특히 서향주 포수와의 협상에서 보여준 태도는 인상적입니다. 룸살롱까지 불러내며 갑질을 하던 서향주에게 백단장은 "지랄하네"라는 한마디로 선을 긋습니다. "동료 의식이 없었어요. 선을 넘은 사람하고 다시 웃으면서 협상할 마음에 안 드네요." 이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존중이라는 원칙의 문제였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연봉까지 반납하며 주가 조작 의혹을 일으켜 권상무를 압박하는 장면은 원칙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이익도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제 연봉의 사용 권한도 묵인하는 겁니까?"라는 반문은 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습니다.

## 스포츠드라마: 승부를 넘어선 인간 군상의 서사

'스토브리그'가 탁월한 이유는 스포츠를 소재로 삼되, 본질은 조직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길창주 영입 과정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메이저리그 유망주였지만 병역 기피 논란으로 한국에서 매장당한 길창주는, 사실 아내의 심장 이식 수술을 위해 귀국을 포기할 수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내가 제 곁을 지키는 건 제 선택인데, 저 때문에 아내를 비난받게 할 수 없었어요." 이 고백은 선택과 책임, 그리고 용서에 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백단장은 길창주에게 마지막 기회를 줍니다. 100만 달러가 아닌 성과 중심의 계약을 제안하며 "용서받는 것도 기대 안 하고, 야구로 속죄해야겠다는 말도 안 해야겠죠. 좋아하는 일로 속죄를 한다, 이런 말이 안 되잖아요"라고 말합니다. 이는 진정한 재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입니다.

권경민 상무와의 관계 변화 역시 이 드라마의 백미입니다. 처음에는 팀 해체를 목표로 백단장을 영입했던 권상무는 점차 변화합니다. 술자리에서 "자랑스러워하는 꼴은 민망하죠"라며 비꼬던 백단장에게, 권상무는 처음으로 자신의 열등감을 드러냅니다. "너라고 해서 이렇게 힘이 없구나"라는 숙부의 말에 무너지는 장면은, 권력자도 결국 인정받고 싶은 한 인간임을 보여줍니다. 드림즈의 과거 사장이었던 아버지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그가 야구단 매각을 돕는 순간은, 성과주의에 짓눌린 한 사람이 다시 꿈을 찾는 과정입니다.

약물 스캔들, 도박 고백 등 현실의 어두운 면도 회피하지 않습니다. 임동규가 결국 도박을 자백하며 "저를 존중해야 합니다. 저도 임동규 선수를 존중할 테니까요"라는 백단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장면은, 문제 있는 사람도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드라마는 스포츠의 승부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과정을, 선수가 아닌 관리자를, 경기장이 아닌 회의실을 무대로 삼습니다. 그럼에도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는 어떤 스포츠 드라마보다 강렬합니다. 백단장이 PF그룹 대표에게 "플레이그라운드 프렌즈"라는 감성 카드로 설득하는 장면, 이면 계약서로 권상무를 압박하는 장면들은 치밀한 전략 게임을 보는 듯한 쾌감을 줍니다.

백승수는 결국 드림즈를 떠납니다. 우승의 영광을 직접 누리지 않고, "제가 떠나는 곳이 폐허가 되지 않은 건 저한텐 처음 있는 일입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또 다른 스토브리그를 찾아갑니다. 이는 영웅의 성공담이 아니라 설계자의 서사입니다. 그가 남긴 것은 우승 트로피가 아니라 "문제가 있으면 지적할 수 있는 팀", 원칙이 살아있는 조직이라는 유산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단순한 스포츠물을 넘어 조직 정치와 리더십에 관한 정교한 우화로 기능하는 이유입니다.

---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27PVsaap9Vc&list=PLxfhbpox4ajQeE-ka8e1lA-nNiyw1Y6Pe&index=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