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기술 분석 (M&A 전략, 가치 재발견, 휴먼드라마)

 

JTBC 드라마 《협상의 기술》은 11조 원의 부채를 떠안은 대기업 산인 그룹의 생존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M&A 전문가 윤준호가 이끄는 팀은 계열사 매각과 인수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냉철한 비즈니스 논리와 따뜻한 인간애가 교차하는 이 드라마는, 협상이 단순히 상대를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살아남는 설계임을 보여줍니다.


## M&A 전략: 숫자 너머의 협상 설계

산인 그룹은 주가가 10만 원 아래로 떨어지면 대주주가 바뀔 수 있는 극한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하태수 전무는 "내 살을 베어주고 상대 뼈를 끊는다"는 전략으로 적자 계열사들을 정리하기로 결정합니다. 특히 산인 건설을 7조에서 10조까지 끌어올려 매각하라는 회장의 명령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었습니다.

윤준호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한 가격 협상이 아닌 '가치 재창출' 전략을 구사합니다. 산인 건설의 최대 걸림돌은 8,800억 원이 묶인 재건축 사업이었습니다. 212가구 중 단 한 가구, 할머니의 반대로 멈춰선 이 프로젝트는 구매자인 비움 DNI에게도 가장 큰 리스크였습니다. 준노는 할머니가 재건축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를 파악합니다. 그것은 돈이 아니라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묘를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준노는 할머니에게 단순히 보상금을 제시하는 대신, 할아버지의 묘를 고향으로 이장해드리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이는 경제적 보상이 아닌 정서적 가치를 인정한 협상이었습니다. 할머니의 동의를 얻어낸 준노는 비움 DNI 대표에게 "재건축 승인을 인수 전에 받아드리겠다"고 약속하며, 5,300억 원의 리스크를 제거합니다. 결과적으로 산인 건설은 7조 9,999억 원에 매각되었고, 비움 DNI는 '사람을 생각하는 건설사'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게 됩니다.

이 사례는 M&A가 단순히 재무제표와 시장가만으로 이루어지는 게임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준노는 상대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상대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win-win 구조를 설계합니다. 협상은 상대를 꺾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예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 가치 재발견: 사람이 남는 비즈니스

차차 게임즈 인수 에피소드는 이 드라마가 제시하는 '가치 재발견'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망해가는 게임 회사 차차 게임즈는 대표 차오진이 만든 택배왕이라는 게임의 시스템을 활용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려는 산인의 타겟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무엘 펀드의 대표가 먼저 접근해 21억 원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황이 꼬입니다.

준노는 차오진이 과거 파트너 도한철에게 하이스퀘어라는 게임을 통째로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두 게임에 동일한 이스터에그가 숨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이스터에그가 차오진과 첫사랑 오수연의 추억을 담고 있다는 점은 결정적 증거였습니다. 준노는 도한철을 압박하며 "특수절도로 결혼식을 미루셔야 할 것 같다"고 경고합니다. 결국 한철은 100억 원과 DC 게임즈 지분 10%를 내놓으며 합의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준노가 차오진을 설득한 방식은 주목할 만합니다. 그는 "인생을 받쳐 만든 게임을 도둑맞았고, 그 게임이 내 첫사랑을 뺏어간 사람 손에서 대박이 났습니다. 전 그러진 못했을 것 같네요"라고 말하며, 차오진의 상처를 먼저 인정합니다.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 제안이 아니라, 상대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였습니다. 준노는 차오진에게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동시에 그가 잃었던 자존감을 되찾게 해줍니다.

사용자의 비평처럼, 준노가 잘하는 것은 가격을 올리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가 포기했던 가치를 다시 발견하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차오진은 21억에 팔려던 회사를 100억 밸류의 투자로 전환하며, 자신의 꿈을 이어갈 기회를 얻습니다. 이는 숫자의 승리가 아니라, 사람이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입니다.

## 휴먼드라마: 희망을 선택하게 만드는 힘

다도리조트 매각 에피소드는 이 드라마의 휴먼드라마적 정수를 보여줍니다. 회장의 딸 송지호가 운영하는 다도리조트는 일박에 엄청난 값을 자랑하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 사업장이었습니다. 지호는 인테리어와 서비스에만 집중할 뿐 경영엔 관심이 없었고, 이는 회장에게도 부담이었습니다.

준노는 지호를 설득하기 위해 리조트를 방문하지만, 그녀가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이곳에서 죽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지호는 "수술이 잘돼도 지금처럼은 못 산대요. 그래도 이런 데서 행복하게 살다가 죽으면 잘 죽은 게 아닐까요?"라고 담담히 말합니다. 그녀에게 다도리조트는 단순한 사업장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무덤이었습니다.

민정은 지호에게 "대표님은 항상 밝으셔서 부럽습니다"라고 말했지만, 나중에 그 밝음 뒤에 숨은 절망을 깨닫습니다. 지호는 "사람들이 날 보고 슬퍼하면 나에게 희망이 없다는 소리니까"라며 웃음의 이유를 설명합니다. 민정은 지호에게 특약 조항이 포함된 계약서를 남깁니다: "다도리조트 123호는 송지호에게 무상으로 영구 임대한다. 단, 송지호가 사망 시 이 조건은 무효화된다."

이 계약서는 지호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줍니다. "무효는 없어. 난 안 죽을 거니까." 지호는 수술을 결심하고, 원하던 고향으로 돌아간 할머니처럼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됩니다. 준노는 단순히 리조트를 팔아 회사의 빚을 줄인 것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삶의 이유를 돌려준 것입니다.

사용자의 비평은 정확합니다. 이 드라마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묻습니다. 11조의 빚을 줄이는 과정 속에서 남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협상은 상대를 꺾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가 살아남는 구조를 만드는 설계입니다. 그리고 매번 후자를 택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냉혹한 자본주의를 다루면서도 따뜻합니다.

《협상의 기술》은 겉으로는 M&A 드라마지만, 본질은 가치의 재정의입니다. 숫자와 감정, 계약과 인간, 생존과 존엄 사이의 긴장을 병렬적으로 배치하며, 장르적 쾌감과 휴먼 드라마를 동시에 구축합니다. 윤준호가 보여주는 협상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상대의 가치를 발견하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과정입니다. 이 드라마는 결국 묻습니다: 협상은 상대를 꺾는 기술인가, 아니면 서로가 살아남는 구조를 만드는 설계인가. 그리고 매번 후자를 선택함으로써,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길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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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바웃타임: https://www.youtube.com/watch?v=yXe5CEgCyOU